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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769 호 인문학과 330개가 사라진 최근 4년, 철학과 경쟁률은 113대 1?

  • 작성일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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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웅

  서울 소재 대학에서 최근 4년간 통폐합된 인문·사회계열 학과가 33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주요 대학 철학과의 수시 경쟁률은 최고 113대 1까지 올랐다. 학과는 줄어드는데 인문·사회계열의 관심은 오히려 높아지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해마다 줄어드는 인문계열 학과들


▲ 인문계열 학과 수 및 입학정원 추이 (사진 : https://www.hy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12686)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지난해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 소재 대학에서 통폐합된 인문·사회계열 학과는 330개다. 연도별로는 2023년 53개, 2024년 90개, 2025년 100개로 해마다 늘었다.


  전공별로는 경영이 242개로 가장 많았고 언론·미디어 71개, 경제 63개, 행정 52개가 뒤를 이었다. 어문 계열에서는 영어 79개, 국어 54개, 중국어 50개, 일본어 49개, 독일어 19개, 프랑스어 17개가 통폐합됐다. 기초학문인 역사와 철학은 각각 31개, 24개였다.


  장기적인 흐름도 같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는 2012년 962개에서 2021년 807개로 9년간 155개(16%) 줄었다. 같은 기간 공학 계열 학과는 1,333개에서 1,446개로 113개 늘었다.


  우리 대학도 개편 흐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올해 적용된 2026학년도 학사 구조 개편에서 서울캠퍼스 자유전공은 기존 인문사회계열과 경영경제계열을 '인문계열'로, IT계열과 이공계열을 '이공계열'로 통합했다. 천안캠퍼스의 자유전공(아트&컬쳐)은 인문사회계열(29명)과 디자인·예술계열(36명)로 나뉘었다. 인문학이 독립된 학과 단위보다 더 넓은 계열 안에서 묶이고 재편되는 변화가 우리 대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통폐합의 배경에는 대학 평가 지표가 있다. 졸업생 취업률과 신입생 충원율이 대학 기본역량진단과 정부 재정지원사업 배분의 핵심 지표로 작용하면서, 이 지표에서 불리한 인문계열이 개편 대상이 되는 구조이다.


학과는 줄었는데 지원자는 늘었다


  통폐합이 이어지는 동안 일부 인문학 전공의 입시 경쟁률은 오히려 올랐다. 지난달 마감된 2027학년도 수시모집에서 고려대 철학과는 4명 모집(특별전형 제외)에 452명이 지원해 113대 1을 기록했다. 연세대 철학과는 4명 모집에 312명이 지원해 78대 1, 서울대 철학과는 9명 모집에 139명이 지원해 15.44대 1이었다. 서울대 철학과 경쟁률은 2021학년도 12.5대 1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 2027학년도 수시모집 주요 대학 철학과 경쟁률 (사진 : 박찬웅 기자)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철학과가 AI 시대에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연결하고 사고력을 기르는 전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영우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법학적성시험(LEET)이 논리적 추론 중심이어서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철학 전공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인공지능(AI) 업계가 철학 전공자 채용을 늘리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물론 철학과 경쟁률 상승에는 어학·경영 계열 지원자 감소에 따른 상대적 증가분도 포함되어 있어, 이를 인문학 전반의 반등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약세를 거듭하던 인문계열 학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인문학의 새로운 자리


  인문계열 학과는 취업률과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통폐합되고 있지만, 일부 전공은 AI 시대의 사고력과 융합 역량, 로스쿨 진학 수요 등 새로운 가치가 부각되며 오히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학과 수가 줄어드는 현상만으로 인문학의 위상을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앞으로는 통폐합 이후 새롭게 재편된 교육 체계가 어떤 성과를 내고, 인문학이 변화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