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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57 호 늘어나는 미성년자 유괴 시도, 사회적 불안감 고조

  • 작성일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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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0
박현우

늘어나는 미성년자 유괴 시도사회적 불안감 고조


최근 발생한 미성년자 약취·유인 미수 사건(사진: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6368)


  올해 전국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유괴 시도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28,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초등학교 인근에서 귀가하던 아동들을 상대로 20대 남성 3명이 세 차례에 걸쳐 유괴를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차량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접근했지만, 범행은 다행히 미수에 그쳤다. 이와 같은 유괴 및 유괴 미수 사건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318건 발생하였으며, 이는 하루 평균 1.3건꼴로 발생한 셈이다. ‘안전지대라 불리던 아파트, 골목길, 학교 주변 등 생활권에서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실질적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이 절실히 제기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


  경찰청과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230건이었던 사건 수는 2022년 272, 2023년 299, 2024년 301건으로 4년 새 약 31%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이미 214건이 접수되어, 연말에는 전년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해자의 74.9%가 12세 이하, 즉 초등학생 이하 연령대에 집중되어 있다. 범죄 장소 역시 주거지 인근(101)과 보도·골목길(58), 학교 및 어린이집 주변(17) 등 일상적인 생활권에 몰려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혼자 귀가 중인 아동이라는 점에서, 통학로와 주거지역 또한 사각지대에 놓인 것을 알 수 있다



 범죄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법적 대응은 미흡하다. 유괴·유괴미수 피의자 구속률은 2020년 5.6%에서 지난해 30.0%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10명 중 3명은 구속을 피한 채 수사를 받는 실정이다. 서울 서대문구 유괴 미수 사건 피의자들도 처음에는 오인 신고로 처리돼, 추가 범행 후에야 검거됐다. 사전 탐지와 초동 대응 체계의 부실이 드러난 대목이다.


약취·유인죄’, 법적 처벌 기준과 한계


  우리나라 형법 제31(약취·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은 미성년자 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형법 제287조는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약취(略取)’는 폭행 또는 협박 등 강제적 수단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로운 상태를 침해하는 범죄를 뜻한다.


  제288조에서는 추행·간음·결혼·영리 등을 목적으로 한 약취·유인 행위를 1년 이상 10년 이하, 노동력 착취나 성적 착취, 장기적출 목적의 경우에는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가 미수에 그치거나,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불구속 수사로 끝나는 경우가 다수다. 법 조항의 최대 형량과 달리 실제 양형 또한 낮은 편이며, 구속영장 기각률 증가로 인해 범죄 억제 효과가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재범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범죄의 동기 변화와 특징


  최근 발생한 유괴 시도 범죄의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 과거의 범죄가 주로 금품이나 보복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개인의 분노나 충동, 심리적 불안정에서 비롯된 비합리적 동기로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범죄자는 피해자에게 특별한 원한이 없이 단순히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통제하려는 욕구나 사회적 고립감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기동순찰대, 동촌지구대가 순찰 중인 모습(사진: https://sojoong.joins.com/archives/63210)


  또한 SNS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접근이 늘면서, 범죄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양상을 보인다. 미성년자와 온라인상에서 친밀감을 쌓은 뒤 오프라인 만남으로 유도하거나, 선물과 관심을 미끼로 신뢰를 얻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형태는 물리적 납치보다 탐지가 어려워 사전 대응이 힘들다. 결국 현대 사회의 유괴 범죄는 단순한 경제적 목적을 넘어, 왜곡된 인간관계 욕구나 사회적 단절에서 비롯된 심리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회적 대응과 예방의 중요성


  유괴 범죄는 사회 전체의 안전 문제다. 이러한 범죄의 대책으로 첫째, 지역 사회는 미성년자 보호망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 지자체, 경찰이 연계하여 아동 보호구역 내 순찰을 강화하고, 위험 상황에서 즉시 도움받을 수 있는 신고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온라인 공간에서도 디지털 안전 교육이 필수적이다. 낯선 사람의 접근을 경계하고, 개인 정보를 함부로 공유하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해야 한다. 셋째,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더불어 재범 방지를 위한 심리 치료, 사회 복귀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유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가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확립하고, 일상에서 경계와 관심을 동시에 유지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예방이 가능할 것이다.


이은탁박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