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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57 호 6개월 홀드백 도입 논란… 한국 영화 산업이 맞이한 기로

  • 작성일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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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4
장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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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OTT 플랫폼(사진: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877)


OTT 시장의 급속한 확대는 영화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특히 영화 개봉 후 OTT 공개까지의 유예 기간이 급격히 단축되면서 극장 수입 감소투자 위축 등 산업 전반의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임오경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영화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개정안은 홀드백(Hold-back) 제도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에 대한 논쟁은 한국 영화 산업이 또 한 번의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OTT 홀드백이란?


OTT 홀드백(Holdback)은 영화가 극장에서 1차 개봉한 뒤 OTT 플랫폼 등 2차 부가판권 시장으로 유통되기까지 일정 기간을 두는 제도를 말한다이는 영화 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극장 중심의 생태계를 보호하는 핵심적인 장치로 기능해 왔다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관람 문화가 확산되고 거대 OTT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시장 자율에 맡겨져 있던 기존 홀드백 관행은 사실상 무너졌다

과거에는 통상적으로 유지되던 유예 기간이 급격히 단축되거나 극장과 OTT가 동시 공개되는 사례까지 등장해 한국 영화 산업의 수익 구조는 큰 타격을 입었다실제로 극장 관객 수는 팬데믹 이후에도 회복이 더디다영화진흥위원회의 ‘2024 한국영화 결산에 따르면 2024년 전체 관객 수는 1억 2,31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201만 명감소했다. 2017년 연평균 관객 수 2억 2,098만 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1인당 평균 관람 횟수도 크게 줄어 2019년 4.37회에서 지난해 2.40회로 감소했다. 2020년 1.15회로 바닥을 찍은 뒤 2023년 2.44회까지 반등했지만, 2024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관객 이탈은 극장 폐관으로 이어져 지난해 문을 닫은 멀티플렉스는 16곳에 달했다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이 컸던 2020(폐관 17)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처럼 악순환이 반복되자 정부와 업계에서는 법적 개입을 통해 시장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그동안 관행에 의존해 왔던 홀드백 기간을 극장 상영 종료 후 6개월로 명문화해 강제력을 부여하려는 시도다이는 단순히 OTT 공개 시점을 늦추는 것을 넘어무너진 수익 배분 구조를 재정비하고 극장과 플랫폼이 공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해외 홀드백 제도 시행 사례


프랑스는 넷플릭스 <옥자>의 칸 영화제 논란 등을 계기로 홀드백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플랫폼의 산업 기여도에 따라 기간을 차등 적용하는 유연한 방식을 도입했다프랑스 콘텐츠에 재투자하고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플랫폼에는 기존 36개월에서 15개월로 대폭 단축된 혜택을 주는 반면투자와 납세가 미흡한 글로벌 OTT 기업에는 35개월 수준의 긴 기간을 유지해 사실상 혜택에서 제외했다이는 홀드백을 단순 규제가 아니라 자국 영화 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한 사례로영국·벨기에·노르웨이 등 여러 유럽 국가와 미국 또한 일정 기간의 홀드백을 통해 자국 영화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홀드백 법제화산업 회복의 열쇠가 될까


해외에서 입증된 OTT 홀드백 법제화 시행 이점을 근거로 우리나라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25년 예산 지원 영화업계 토론회에서 남용석 메가박스 대표는 "외국 영화인들이 '홀드백을 안 하면 영화 생태계가 망가진다는 사실을 한국을 보며 배운다고 말하더라"라며 "홀드백이 잘 되어 있는 프랑스의 경우 영화 산업이 코로나19 이전의 90까지 회복했다"라고 호소하며 OTT 홀드백 법제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노철환 교수는 적절한 홀드백 규제는 공정경쟁 환경을 마련하고 영화관 시장 재건을 통한 영화 산업 재도약 동력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6개월 홀드백산업 현실과의 괴리


6개월 홀드백은 긍정적 취지가 있음에도 극장·OTT·제작사 모두에게 산업 구조 전반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부담이 크다제작사와 배급사는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 반년 동안 다른 플랫폼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현금 흐름이 끊겨 다음 프로젝트 투자금 마련이 어려워지고특히 중소 제작사는 극장 매출만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렵기에 타격이 더욱 크다업계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6개월이 지나치게 길다고 지적하는 이유다관객 역시 OTT에서 빠른 공개에 익숙해진 만큼 반년을 기다리는 데 불편을 느끼며장기 홀드백을 산업 보호가 아닌 규제로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


제도 시행이 불러올 구조적 변화와 파장


6개월 홀드백은 국내 영화 산업의 수익 구조와 유통 흐름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극장은 더 긴 독점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OTT는 신작 공급이 늦어져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고제작·배급사 역시 수익 회수 시점이 뒤로 밀리며 현금 흐름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또한 유통 시차 확대는 극장 관람의 가치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동시에전 세계적으로 공개 주기가 짧아지는 흐름과 충돌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릴 위험도 존재한다결국 6개월 기준이 모든 작품에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산업 생태계의 균형이 흔들리고제작 규모에 따른 형평성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커질 수 있다.


한국형 홀드백 제도의 합리적 모델을 향하여


2024년 발행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학회 논문지의 국내 영화 산업 홀드백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박민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 방향이 제시된다첫째홀드백 논의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과 의견 수렴 구조가 강화되어야 한다영진위가 주최한 기존 회의에서는 이해관계자 간 충돌이 있었던 만큼앞으로는 다양한 업계 주체들이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이를 통해 정책의 현장 적합성을 높일 수 있다둘째국내 극장 프로모션 시스템의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배급사와 상영관 간 거래 구조가 명확해져야만 홀드백 제도가 공정하게 작동하며산업 내 신뢰 역시 강화될 수 있다셋째홀드백 제도는 현재 한국 영화 산업의 회복 단계와 시장 규모를 고려해 조정되어야 한다코로나19 이후 제작사와 배급사중소 스튜디오가 여전히 회복 중인 상황에서 지나치게 긴 홀드백 기간은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이미 기존에 계약을 체결한 멀티플렉스와 OTT 업계와의 정합성을 고려한 세부 절차 마련 또한 필수적이다.


6개월 홀드백 기준은 극장, OTT, 제작사관객 등 영화 산업 전반에 복합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결국 중요한 것은 일률적인 기간 적용이 아니라산업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조정이다단순히 6개월이라는 기간보다는 한국 영화 산업의 구조와 시장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한 한국형 홀드백 모델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산업 생태계 안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협의 과정을 통해극장과 OTT, 제작사가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김지연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