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02 호 추억 속 포켓몬 빵..세대 잇는 ‘뉴트로’
다시 불어오는 뉴트로 열풍 식을 줄 모르는 뉴트로 열풍이 봄을 맞이해 패션 업계를 넘어 다시 식품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떠오르는 열풍에 소비자들은 단종된 상품들의 재생산을 요청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식품들이 줄줄이 복귀하고 있는 것은물론, 오래된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신제품을 홍보하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최근 ‘뉴트로’라는 말이 떠오르고 있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쉽게 말해 ‘유행은 돌고 노는 것’처럼 과거에 유행했던 문화가 지금 다시 유행하는 것을 ‘뉴트로’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전까지 자주 언급되었던 ‘레트로’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레트로는 과거를 그리워하며 향수를 느끼는 복고주의로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다시 꺼내 그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같은 과거의 것인데 이걸 즐기는 계층에겐 신상품과 마찬가지로 새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마치 되돌려 놓은 듯한 물건과 소품으로 인테리어를 한 카페나 음식점들이 최근 들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뉴트로가 열풍하는 흐름에 맞게 패션, 식품, 문화 등 다양한 업계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데, 과거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메이플스토리’ 게임 속에서 뉴트로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다양한 기업에서 향토적인 서체와 분위기의 뉴트로 로고를 내세우는 등 기업들의 뉴트로를 향한 도전 역시 점차 증가하고 있다. ▲ 기업의 뉴트로 로고 (출처-라우드, https://www.loud.kr/contest/view/38449) (출처- 진로 하이트 https://www.hitejinro.com/brand/view.asp?brandcd2=B11) “포켓몬 빵 팔아요?” 최근 SNS에서 화재를 일으키고 있는 포켓몬빵도 ‘뉴트로’ 열풍 중 하나다. 포켓몬빵은 삼립이 1998년에 첫 출시했던 빵으로, 당시 전국적인 인기와 함께 빵에 동봉된 '띠부씰'을 얻기 위해 파급적인 매출량을 기록했다. 포켓몬 빵이 단종된 후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재출시 요청이 꾸준히 이어지자 삼립은 지난달 24일 포켓몬 빵을 재출시했으며 일주일 만에 150만 개가 판매되는 성과를 얻었다. 포켓몬빵 구매 열풍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20~30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포켓몬 '띠부씰'이다. 2010년 이후 출시된 포켓몬빵의 스티커 디자인은 20~30대에게 생소한 최신 포켓몬이라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재출시된 포켓몬 스티커에는 '피카츄'와 같은 그들에게 익숙한 포켓몬 151종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과거를 추억하는 성인들이 빵을 대량 구매하면서 판매량은 더욱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희소성을 가진 캐릭터의 씰이 고가로 재판매되거나 씰을 확인하기 위해 판매중인 빵을 훼손하고 편의점을 돌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추억 속 ‘띠부씰’을 향한 열망이 뜨겁다. ▲ 포켓몬 빵, 띠부씰 (출처- SPC삼립 https://spcsamlip.co.kr/) 40년 전통의 과자 '뻥이요'도 새로운 식품으로 재탄생했다. CJ프레시웨이는 최근 서울식품이 1982년 선보인 추억의 과자 뻥이요를 활용해 돈까스와 마카롱 제품을 출시했다. 돈까스는 빵가루 대신 잘게 분쇄한 뻥이요 과자를 사용해 특유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고, 마카롱 제품의 경우 뻥이요 맛의 크림과 과자가 필링으로 채워졌다. 과자가 익숙한 세대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1020 세대에게는 신선함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협업이다. ▲ 뻥이요 콜라보 제품 (출처- CJ프레시웨이 https://www.cjfreshway.com/index.jsp) 복고 감성 물씬, 문화, 패션 산업 속 뉴트로 뉴트로의 바람은 식품업계 뿐만 아니라 문화산업에도 복고의 감성을 불러 일으켰다. 1950~1960년대의 레트로 인테리어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하며, 마리아 칼라스, 드뷔시, 쇼팽 등 대표 클래식 LP 음반과 유명 재즈 LP 음반이 흥행하고 있다. 백화점, 호텔, 카페, 제과점 등에 어울리는 음악을 중심으로 LP 음반을 마련하고 전문 코디네이터가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며 문화산업에도 점차 뉴트로 감성의 장이 열리고 있다. ▲ 뉴트로 LP 음반 판매점 (출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05/481745/) 뉴트로는 소비자의 복고주의 경향을 정확히 간파하며 올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패션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전통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다. 패션업계는 기존 복고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젊은 세대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창립 73주년이 된 토종브랜드 BYC가 대표적이다. 먼 옛날 ‘아빠양말’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백양’표 하얀 양말을현대판으로 재해석 해 내놨다. BYC 백양 73주년 기념팩 양말세트는 1000세트 한정판매 제품으로 빨간색, 하얀색, 회색 3종으로 구성했다. ▲ BYC 백양 73주년 양말세트 (출처- BYC https://www.byc.co.kr/shop/main/index.php) ‘뉴트로’, 이제는 힐링 아이템 복각 제품은 과거의 히트 상품 고유의 멋을 이어가면서도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최신의 기술로 제품을 재해석하며 소비자에게 레트로 무드 이상의 만족감을 전해주는 것이 바로 뉴트로의 인기 비결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무작정 뉴트로 문화를 즐기는 젊은 친구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당시 시대적 상황과 제품을 소비했던 주력 세대들의 해석을 알아야 뉴트로 소비흐름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점들을 모른다면 표피적이고 현상적인 것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뉴트로’를 단순한 스타일이나 흥밋거리로 바라보는 지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하지만 뉴트로 문화를 제대로 즐긴다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요즘 같은 각박한 현실에 과거,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옛것들에 초점을 맞추면 훨씬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김채연 기자
제 702 호 숏폼 전성시대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란 글자 그대로 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를 말하며, 몇 초 이내의 영상부터 10분 이내의 영상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또, 짧은 호흡의 편집과 여러 효과를 사용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숏폼 콘텐츠는 최근 젊은 세대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많고 많은 콘텐츠 형식 중에서 왜 숏폼 형식이, 그것도 특히 MZ세대 내에서 주목을 각별히 받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주목하는 이유 무엇보다 MZ세대는 디지털·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세대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일상 속에는 기존의 라디오나 TV와 같은 올드 플랫폼보다도 틱톡,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뉴 플랫폼, OTT(Over-the top)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었다. 또, 그중에서도 숏폼 콘텐츠는 유독 길이가 짧기에 시청이 간편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분석기업 메조미디어는 10∼30대 시청자가 가장 선호하는 영상 길이가 15분 안팎이라는 조사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MZ세대는 일상 속 잠깐의 순간들에서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며 심지어는 직접 콘텐츠를 제작까지 하면서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한 방식을 통해 그들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흡수하는 수단으로 숏폼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행의 선두주자, 플랫폼의 경쟁 숏폼 콘텐츠는 소비자가 직접 제작하여 올리는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들뿐만 아니라, 각종 게임·영화·뷰티 산업의 광고나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 수단으로도 소비되고 있다. 또한, 방송사들 역시 각 방송사의 정규방송 중 일부분을 잘라내고 편집하여 숏폼의 형태로 업로드하고 있다. 이처럼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주려는 전달하는 측면에서는 형식이 정해져 있다 볼 수도 있지만, 그 형식 안에서의 콘텐츠 내용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숏폼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숏폼 콘텐츠의 대표 플랫폼으로는 틱톡,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의 ‘유튜브 숏츠’ 등이 있다. -틱톡 ▲숏폼 콘텐츠 대표 플랫폼 틱톡 (사진 출처: 틱톡, https://www.tiktok.com/favicon.ico) 틱톡은 중국 IT 기업 ByteDance가 개발한 15초에서 5분 길이의 숏폼(Short-form) 비디오 형식 영상을 제작 및 공유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다. 한국에서는 2017년 11월부터 정식으로 서비스 운영을 시작했으며 유명 연예인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인지도를 올리며 사용자 수를 늘려갔다. 요리, 노래, 립싱크, 댄스, 코미디, 챌린지 등 같은 다양한 컨셉의 영상이 있으며 주로 아이돌의 신곡 홍보용 챌린지 등의 영상이 가장 인기 있다. 틱톡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필터 사용이나 영상 속도 조절, 배경 음악 설정 등을 편집하여 사용자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고, 틱톡이나 타 플랫폼에 영상을 공유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외에도 ‘반응’ 기능, ‘듀엣’ 기능을 만들어 더 다양한 형식의 영상 제작을 가능하게 했으며 스팸이나 부적절한 영상 계정 등은 차단이나 신고처리가 가능하다. 또한,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계정의 공개 여부도 선택 가능하다. -유튜브 오분순삭▲방송사의 숏폼 유튜브 채널 ‘오분순삭’ (사진 출처: 유튜브 오분순삭, https://www.youtube.com/channel/UC9idb-NIhZrI6wkPesc3MUg) 오분순삭은 MBC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로, 기존에는 문화방송 MBC의 유튜브 채널인 MBC 엔터테인먼트에서 시작했지만, 인기 급등으로 인하여 2019년 10월 1일 독립된 채널로 개설되었다. 오분순삭 채널의 영상은 MBC의 과거 예능이나 드라마 등을 5분 언저리의 숏폼 형태로 편집한 후 업로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안녕 프란체스카, 무한도전, 우리 결혼했어요, 나 혼자 산다, 지붕뚫고 하이킥!, 아빠! 어디가?’ 등 MBC의 대표작 중 한 회차를 가져와서 군데군데 자막을 넣고 코믹한 아이콘을 합성하여 넣어 새로운 재미를 더해주거나, 한 인물의 레전드라고 불리는 회차·장면 모음집이나 특별편 등을 제작하여 매섭게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 1.8천 개의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다. 숏폼 콘텐츠의 문제점과 향후 방향성은? 현재 숏폼 콘텐츠는 대중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미디어의 위치에 있다. 그러나 숏폼 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누구나 쉽고 빠르게 콘텐츠를 제작하여 생산·공유할 수 있지만, 그 콘텐츠에서 전달하는 정보의 진위여부는 따지기도 전에 이미 생산·공유가 되기에 정보의 정확성은 더욱더 불분명해진다. 21년 2월, BBC의 보도에 따르면 20년 말 P2P 거래소 팍스풀(Paxful)에서 구독자 수가 최소 1만 명을 넘는 틱톡 재테크 계정의 영상 1,212개를 분석한 결과, 7개 중 1개꼴로 그 정보가 잘못됐거나 오해 소지가 있는 내용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분석 결과를 밝혔다. 이처럼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거짓된 정보 혹은 과장되거나 단순화된 정보가 숏폼 콘텐츠의 특성을 이용해 일파만파 빠르게 공유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숏폼 콘텐츠는 차세대 미디어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숏폼 콘텐츠의 순기능들은 최대한 건강하게 유지·발전시켜야 하겠지만, 신용이 없는 정보를 퍼다 나르는 형식의 내용들이 계속해서 생산된다면 결국 그 콘텐츠 미디어는 그저 신뢰 없는 단순 스낵 콘텐츠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콘텐츠를 단순히 즐기기에 앞서, 능동적인 태도로 주의 깊게 정보를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 더욱 성숙하게 콘텐츠를 받아들였으면 한다. 이규원 기자
제 699 호 레드오션 속 브랜드 성공비결, ‘세계관 마케팅' 열풍
가상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세계관 마케팅 ‘세계관 마케팅’이란 브랜드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이 세계관이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킨 것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다. 마블은 영화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캡틴아메리카, 토르,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등 수많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히트시키면서 세계관을 확장시켜나갔다. 한 편의 영화로 시작된 마블의 세계관은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고 복잡해져 최근 개봉작을 보려면 다른 마블 영화를 섭렵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이처럼 세계관 마케팅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며 세계관과 그 안에서 캐릭터들에 몰입하는 일명 ‘충성 팬덤’을 만들고 열광하게 하는 이점이 있다. 이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예전에는 영화, 소설, 게임 등에서 주로 사용되었다면 최근에는 부캐 열풍을 넘어 세계관의 적용 분야가 확장 되어 식품, 유통, 엔터테인먼트 업계 등에서도 활발하게 세계관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세계관 마케팅 빙그레 제품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한번 쯤 제품에 그려진 빙그레 왕국의 왕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왕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빙그레가 창립 53주년을 맞이해 기획한 브랜드 마케팅의 주인공으로 2020년 2월 처음 공개됐다. 바나나 우유, 메로나, 빵또아 등 자사의 제품으로 온몸을 치장한 빙그레우스 왕자는 SNS를 통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유튜브까지 빙그레우스 마케팅 영역을 확대하면서 구독자 10만을 모았고, 빙그레우스가 등장한 영상은 700만회에 육박하며 빙그레가 올린 동영상 중 전체 5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B급 감성의 마케팅에 힘입어 빙그레의 지난 해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액은 73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 올랐으며 영업이익 또한 5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33% 증가했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탄생 배경을 인간 이기심으로 비롯된 사회 문제와 연결한 ‘초능력 세계관’과 방탄소년단의 소년 성장 서사를 담은 ‘BTS 유니버스’의 세계적인 성공 이후 세계관을 아이돌 육성과 매니지먼트의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는 K팝 기획사가 늘고 있다. 빅히트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JYP엔터테인먼트의 스트레이키즈 등 아이돌 그룹은 그들만의 세계관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의 성공 이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에스파에게도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가 조합해 만든 그룹이라는 설정을 부여하는 등 기존의 소속가수들의 세계관을 묶으며 점점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 마케팅은 K팝 그룹이 앨범과 뮤직비디오 등에 담은 스토리텔링의 총집합으로 앨범마다 짧은 스토리를 내놓아 거대한 서사를 완성해나감으로써 신규 팬을 유입하는 동시에 기존 팬의 충성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세계 그룹은 요리와 야구가 좋아서 화성을 탈출해 지구에 왔다는 설정을 가진 캐릭터 ‘제이릴라’를 선보였으며 hy(한국아쿠르트)도 지난 3월부터 hy 대표 제품 5개를 사이버 아이돌로 캐릭터화 했다. 이들은 HY-FIVE(하이파이브)라는 그룹명으로 활동하며 실제 아이돌 연습생과 같은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다는 이야기가 SNS를 통해 연재되고 있다. 연재물이 올라오는 공식 계정은 팔로워 수 5만 명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관 마케팅으로 이미지 변신 기업은 세계관 마케팅을 통해 가상 스토리와 세계관을 형성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으며, 가상의 인물을 통해 고객과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가치관이나 제품을 각인시키기 수월하다. 특히 삼양식품과 빙그레의 설립연도는 각각 1961년과 1967년으로 한국의 대표 장수기업이지만 참신한 세계관 마케팅으로 오래된 장수 기업이 낡은 이미지를 탈피하고 주요 타깃 층인 MZ세대에 새롭게 다가가 기업의 이미지 쇄신과 평판 제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유사한 사계가 증가할수록 소비자가 느끼는 흥미가 반감될 수 있다. 그룹 엑소의 등장 이후 대부분의 그룹들이 데뷔 혹은 컴백하면서 팀의 세계관, 혹은 시리즈 앨범에 세계관을 담고 있지만 판타지적인 세계관은 탄탄한 기획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금세 그 빛을 잃고 만다. 실제로 방탄소년단, NCT, 세븐틴, 트와이스 등 탄탄하고 유기적인 서사를 이어가고 있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데뷔 초창기 내세웠던 세계관을 조용히 접은 아이돌 그룹도 많다. 세계관이 점점 복잡해지고,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장황한 서사를 고집하는 일부 그룹들로 대중은 세계관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 그룹을 바탕으로 그 그룹이 가진 스토리가 웹툰이 될 수도 있고, 영화, 드라마 심지어 예술적인 방향으로도 나갈 수 있어 잘 만든 하나의 세계관은 여러 가지 장르의 콘텐츠로 파생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세계관 마케팅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세계관 마케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때문에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방향과 소비자가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선택 할 수 있도록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여 매력적인 세계관을 이루며 점차 확장해나가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기술발달과 함께 진화하는 세계관 마케팅 세계관 마케팅은 주로 가상의 캐릭터로 진행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캐릭터의 실제성을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세계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업들이 많이 즐겨 찾는 것은 ‘제페토’다. ‘제페토’란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로,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2018년 출시된 제페토는 얼굴인식과 증강현실, 3D 기술 등을 이용해 ‘3D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하거나 다양한 가상현실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페토가 쓰이는 대표적인 예로는 cu와의 협업이 있다. 제페토 속 사람들이 CU에서 제품을 선택하고 파라솔이나 루프탑에 앉아 한강의 경치를 보기도 하고 버스킹도 즐긴다. 제페토라는 세계에 CU가 오픈하면서 ‘세계 속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제페토의 한강공원 맵에서 ‘삼각김밥’ 찾기 이벤트를 열고, 당첨자에게는 실제 제품을 보내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공유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세계관에서 주체는 브랜드가 아닌 결국 소비자인 만큼 그 세계에 소비자가 동참할 때 비로소 세계관이 완성된다. 세계관은 단순히 캐릭터 하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메타버스를 통한 세계관 마케팅은 더욱 더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세계관은 브랜드의 철학을 소비자에게 보여줌으로써 브랜드의 생각을 확장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하므로 기업들은 세계관 마케팅을 할 때 자사의 브랜드 철학을 확고히 한 다음 마케팅을 진행해야 소비자들이 각 기업의 세계관을 쉽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김채연, 윤정원 기자
제 699 호 격리 없는 여행, 트래블 버블
▲ 트래블 버블 (출처 : 시빅뉴스) 트래블 버블의 시작 전 세계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트래블 버블 협약이 체결되고 있다. 트래블 버블이란 거품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되,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나온 표현으로 코로나 19 방역이 우수한 지역 간에 안전 막을 형성하여 국가 간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말한다. 이 협약이 체결되면 해외 입국자들에게 2주간의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등 입국 제한조치가 완화된다. 현재 사이판, 싱가포르 등과 트래블 버블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로 인해 여행사와 항공업계 내 여객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방역신뢰 국가와의 협의를 거쳐 여행 안전권 역을 합의한 후 방역상황을 고려해 계속해서 트래블 버블을 시행할 계획이다. 자가격리 없이 여행 가능한 나라는 어디? 우리나라와 출입국시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트래블 버블을 체결한 지역은 현재 미국의 사이판과 싱가포르 두 곳이다. 사이판과는 6월, 싱가포르와는 11월부터 트래블 버블을 체결하여 관광객을 받고 있으며, 차기 트래블 버블 대상지로 대만, 호주, 태국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트래블 버블 지역은 아니지만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면 자가격리 없이 여행객을 맞이하는 나라들도 있다. 괌, 하와이를 포함한 미국, 캐나다를 시작으로, 유럽에는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의 나라들이, 아시아에는 몰디브, 두바이, 태국, 베트남의 푸꾸억, 인도네시아의 발리, 빈탄섬, 바탐섬 등이 조건적으로 자가격리 없이 여행이 가능하다. 여행 추천지 프랑스 유럽 서부에 위치한 프랑스는 전통적인 문화 강국 중 하나이다.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다. 파리에는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개선문, 오르세 미술관, 바스티유 광장 등 문화와 역사를 상징하는 다양한 볼거리가 즐비하다. 파리 외에도 브리타니, 보르도, 니스, 마르세유, 스트라스부르 등이 프랑스 유명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에펠탑과 개선문(출처:네이버) 태국 태국은 동남아시아 중심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11월부터 3월 사이 따뜻한 여행이 가능하다. 태국의 수도인 ‘방콕’에는 태국의 역대 왕들이 공식적으로 거주하던 공간인 ‘방콕 왕궁’이 대표적인 여행지로 존재한다. 이 외에도 왓 포, 왓 아룬, 에메랄드 사원 같은 불교 사원들이 관광 명소로 꼽히고 있다. 태국은 방콕 외에도 푸껫, 치앙마이, 코사무이, 파타야 등 많은 휴양지와 여행지가 있다. ▲방콕 왕궁과 왓 아룬(출처:네이버) 싱가포르 말레이 반도 남쪽 끝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자연 보전이 잘 되어 있어 도심에서도 높은 녹지율을 보여주는 동시에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과 휴양지로 개발된 섬들과 어울러 멋진 야경과 조경이 특징이다. 싱가포르의 관광 명소로는 가든즈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 동물원, 싱가포르 식물원, 오차드 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싱가포르, 차이나타운 등이 있다. ▲가든즈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 식물원(출처:네이버) 코로나19 상황 속 여행 시 참고사항 해외여행 규제가 점점 완화되다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출몰 후 다시 강화되고 있다. 영국은 입국자에게 자가격리 의무화를 부활시켰고, 우리나라도 12월 3일(금)부터 12월 16일(목)까지 트래블 버블을 체결한 사이판, 싱가포르를 제외한 나라의 입국자는 자가격리를 시행한다. 국가별로 요건이 다르니 여행 전에 여행할 국가의 요건에 대해 알아보아야 하는데, 프랑스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백신 접종자는 프랑스 입국 시 격리 및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지 않지만 한국 귀국 시에는 10일 동안 격리가 필요하다. 비상시기에 최우선 사항은 안전이다.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여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으나, 만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여행 요건들에 대해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므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여행 중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다녀온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며 발열 또는 기침 등과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또한, 익힌 음식을 섭취해야 하며 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의 방문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외에도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를 통해 여행을 가고자 하는 국가의 코로나 정책을 확인하고 대사관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김효정, 신범상, 정소영 기자
제 699 호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패러디와 오마주
유쾌함과 날카로운 비판을 겸비한 정치 풍자 패러디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의 유세가 열띤 가운데 후보자들이 일제히 정치 풍자 패러디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SNL 코리아의 주기자가 간다에 직접 출연했다. 이들은 2030 세대를 대변하는 사회 초년생 캐릭터 주현영 인턴 기자와 만나 가감 없는 인터뷰를 나누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프로듀스 101’과 ‘미운우리새끼’ 프로그램을 융합한 형식의 정치 풍자 패러디가 흥했었다. 특정 정치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들은 대선 후보의 특징과 이름을 패러디 하며 날 선 선거전에 여유와 유쾌함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러한 정치 풍자 패러디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이자 청년세대의 관심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회의 발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후보라는 포용력 있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에 대선 후보들도 이를 선거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정치 풍자 패러디를 적극 활용하려는 추세와 달리 정치 풍자 프로그램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정치권력의 기분을 살펴야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규제를 받기도하며 정치 풍자 패러디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또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정치적 입장이 다양해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이 대체재로 등장하며 정치 풍자 코미디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케이블 방송국인 tvN에서 처음 방영된 SNL 코리아는 지상파 코미디의 한계를 깨부수며 정치 풍자를 이어나갔다. 현재 SNL코리아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OTT 플랫폼으로 그 거처를 옮겨갔지만 여전히 정치권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SNL 코리아는 올 10월 초 세계적인 화제였던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를 하며 “첫 번째 게임은 증세(增稅)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다주택자는 탈락입니다”, “두 번째 게임은 집값 올리기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무주택자는 탈락입니다,” “세 번째 게임은 사회적 거리 두기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는 탈락입니다,” “네 번째 게임은 물가 인상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서민들은 탈락입니다.” 등과 같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같은 듯 다른 패러디, 오마주 그리고 표절의 의미 패러디는 기존에 존재하는 창작물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패러디와 오마주는 무엇이 다를까? 이런 패러디, 오마주 작품에 저작권법상의 문제는 없는 것일까?같은 듯 다른 패러디와 오마주, 그리고 표절의 정의와 함께 알아보자. 패러디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제를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 또는 그런 작품이다. 패러디는 패러디에 이용된 원작 자체를 풍자하는 직접적 패러디, 원작을 이용하지만 풍자할 대상이 원작 그 자체가 아닌 원작 이외의 다른 사회적 현상 또는 현실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매개적 패러디가 있다. 원칙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하고 변형을 가할 때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하지만 패러디를 할 때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히 해치지 않는다면 저작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패러디가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을 비평하거나 풍자할 목적인 직접적 패러디라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단순히 흥미를 유발하고 희화화할 목적이라면 모방에 더욱 가깝기 때문에 공정이용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 원작 자체를 비평하고 풍자하는 것이 아닌 특정 정치인이나 사회 현실을 비판할 목적의 매개적 패러디는 국내 저작권법상 허용되는 패러디라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패러디는 우리의 삶과 문화생활을 더욱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어주기에 어느 정도 허용될 필요가 존재하며, 이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견해도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패러디와 같은 듯 다른 오마주란, 특정 작품의 작가나 작품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해당 작품의 주요 장면 및 대사를 자신의 작품에 인용하는 것을 말한다. 오마주 하는 자는 자신의 작품에 타인의 작품 일부를 포함시키거나 또는 표현 방식을 따라하므로 원작자가 표절 등의 논란을 제기하기도 한다. 패러디에 비해 오마주는 표절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여 저작권 침해의 책임으로부터 탈출하기 더욱 어렵기 때문에 침해에 대한 책임 가능성 또한 높다. 비록 오마주를 하는 이유가 존경심을 표하기 위한 악의 없는 마음일지라도 표절 및 저작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사전에 원작자의 허락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마지막으로 표절이란 타인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마치 자신이 창작한 것처럼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표절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저작권 침해와 유사성이 있지만 표절이 곧 저작권 침해인 것은 아니다. 저작권 침해를 판단할 때 침해한 저작물이 원 저작물을 바탕으로 창작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하며 두 저작물 사이에 동일한 창작적 표현과 실질적 유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저작권 침해 성립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아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표절했을 경우,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만료 저작물을 표절했다면 저작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고 단지 표절에만 해당한다. 표절이 법률적인 용어는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저작권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윤리적인 개념으로써 도덕적 비난 가능성을 품고 있다. 패러디와 오마주, 표절은 구분할 수 있을까? 패러디와 오마주, 표절은 의미로는 차이가 극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작품을 보면 이 작품이 패러디나 오마주인지, 표절인지 완벽하게 구분하기는 힘든 일이다. 한때 “패러디는 앜ㅋㅋㅋㅋ이겈ㅋㅋㅋ, 오마주는 오...이거...!!, 표절은 어...?이거...?”라는 글이 SNS에 떠돈 적이 있다. 패러디, 오마주, 표절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공감이 가는 문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들을 구분할 수 있을까? 앞서 봤듯이 오마주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인용하는 것이고, 패러디는 익살과 풍자적 재해석을 담아 독창성과 함께 인용한 것으로 패러디와 오마주의 사이의 차이는 비교적 극명하다. 패러디로 유명한 <무서운 영화> 시리즈와 영화 <써니>에 등장한 오마주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분명하다. <무서운 영화>에는 스크림이나 주온 등 공포의 명대사로 꼽혔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공포감은 커녕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기존 작품에 독창성을 담아 익살스럽게 인용한 패러디의 모습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써니>에서 영화 <라붐>의 일명 ‘헤드셋 장면’을 인용한 장면을 보면 다소 코믹스러운 연출로 기존 작품과 연출은 다르지만 작품에 대한 다른 재해석은 담기지 않은 오마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서운 영화 4 포스터(출처:네이버 영화) ▲<써니>에서 <라붐> 오마주한 장면(출처: 영화 <써니>) 어느 정도 구분 가능한 패러디와 오마주와 달리, 오마주와 표절은 구분하기 힘들다. 특히 민감한 문제임에도 법률로 그 경계를 명확히 구분해놓지 않았기에 표절을 해놓고 문제가 되면 오마주라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이다. 때문에 이 둘의 구분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많지만 크게 두가지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는 원작자의 인정 여부이다. 사전에 원작자의 허락을 받거나 작품이 완성된 후에도 원작자의 인정이 있다면 표절이 아닌 오마주이다. 또 다른 방법은 완성도이다. 오마주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인용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장면을 공들여 제작하는 건 당연하다. 공들여 제작한 오마주 장면은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완성도가 높지 않고 조악하거나 겹쳐 보이는 정도를 넘어 그대로 가져왔다면 표절일 확률이 높다. 이러한 방법에 따른 표절과 오마주의 구분은 대표적으로 오마주가 많기로 유명한 영화 <킬 빌>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감독 타란티노는 자신이 여태껏 봤던 B급 액션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로 영화를 가득 채웠는데 특히 <죽음의 다섯 손가락>이라는 영화의 감독을 직접 찾아가 잔인한 연출이나 음악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수많은 장면을 인용하고 변형시켰음에도 높은 퀄리티를 인정받아 다른 작품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킬 빌>은 오마주와 표절을 구분하는 두 가지 방법에 부합하였고 표절이 아닌 오마주로 인정받았다. 표절과는 한 끗 차이, 올바른 개인의 인식 필수 영화, 광고뿐만이 아니라 패러디와 오마주는 이제 생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패러디와 오마주의 사용빈도가 늘고 있는 이유는 패러디와 오마주의 효과 때문이다. 패러디와 오마주의 전제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이다. 이런 익숙함이 보이면 우선 사람들은 한 번 다시 보게 된다. 즉, 익숙함을 이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다. 그 후, 패러디나 오마주 특유의 익살스러움이나 새로움을 보여주면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효과적인 패러디나 오마주는 마케팅 영역에서 주로 쓰이며 학생들의 경우, 창작과제나 자신들의 활동 홍보를 할 때 종종 사용한다. 패러디와 오마주를 활용할 때 학생들은 표절에 주의해야 한다. 창작물은 창작자에게 있어 오랜 시간 공들인 자신만의 작품이자 창작자로서의 권리를 행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이다. 표절은 이러한 창작물을 빼앗는 행위로 저작권 침해와는 달리 법적으로 명확한 처벌이나 그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표절의 가장 큰 문제점이 되고 있다. 법적 명시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표절은 갈수록 그 빈도가 높아지고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으며 창작자들은 표절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표절은 단순한 법률의 영역을 넘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영역에서의 문제이다. 개인의 도덕심에 따라 지켜야 할 문제로 표절을 인용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표절인지 아닌지 완전한 구분은 힘들다.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리는 것이 표절이기에 표절을 오마주라고 자기합리화해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표절에 대한 인식을 하고 엄격한 기준을 세워 항상 경계하는 태도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도 표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저작권과 더불어 표절에 대한 교육을 하고 표절과 관련된 윤리 양심이 형성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아이디어가 하나의 재산이 되고 능력이 되는 세상에서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필수이다. 패러디와 오마주, 표절에 대한 올바른 개인의 인식이 있을 때 패러디와 오마주는 비로소 의도대로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것이다. 이은영, 정유빈 기자
제 698 호 우리는 지금, 상상이 실현되는 ‘메타버스’ 열풍
메타버스 열풍, 페이스북을 흔들다 최근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추세 가속화로 메타버스가 점차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를 향한 사람들의 많은 관심에 따라 지난 10월 28일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회사를 소셜 미디어 업체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실적 발표 현장에서 메타버스 사업과 관련해 “당사는 메타버스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에 걸쳐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며 “다음 세대의 온라인 기반의 사회 활동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사업 진출은 지난 2014년 가상현실 헤드셋, 게임 업체인 오큘러스를 20억 달러(2조 3천 308억 원)에 인수하며 시작됐다.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하였는데,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은 소셜 미디어 영역을 넘어 새로운 세계에서 성장해 나가겠다는 회사의 야심을 반영한다. 이어 10월 31일에는 ‘메타’(구 페이스북)가 몰입형 VR 피트니스 애플리케이션 ‘슈퍼내추럴(Supernatural)’의 개발 업체인 ‘위딘’을 인수함을 밝혔다. 피트니스 부분은 마크 저커버그(메타 CEO)가 메타버스 적용 분야로 비디오게임, 업무 등과 함께 언급한 분야이며 ‘위딘’이 발명한 ‘슈퍼내추럴’은 바다와 사막 등 다양한 VR 환경 속에서 이용자들이 직접 여러 색의 구슬을 맞춰 격파하는 피트니스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는 메타의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헤드셋을 착용하고 이용할 수 있다. 인수 소식에 위딘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밀크는 “위딘이 메타의 VR, AR 전담 사업 부문인 ‘리얼리티 랩’의 산하 기관으로 들어가면서 더 풍부한 소셜 경험 등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처럼 메타가 ‘위딘’ 과 같은 VR 스튜디오를 인수하며 더욱 다양한 리소스에 접근 가능하게 될 전망을 보이고 있으며, 메타와 같은 기업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와 NFT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은 인터넷 기업, 게임사, 통신사 기업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목받는 가상세계 플랫폼,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공간에서 사용자들이 게임을 하거나 업무와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메타버스는 포켓몬고와 같은 증강현실, 웨어러블 및 나이키플러스와 같은 라이프로깅, 구글어스와 같은 거울세계, 제페토와 같은 가상세계의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컴퓨터와 콘솔게임으로 모니터를 보며 즐기던 2차원 게임 방식에서 3차원 체험형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확장현실로 형태가 급속도로 진화 중인 플랫폼으로, 이는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일선 기업과 산업 현장에도 적용되어 메타버스를 이용해 설계와 공정 작업 등 현장에서 보다 입체적이고 정밀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작권 분쟁발생 가능성, 콘텐츠 기업과의 협상력 불균형 및 갈등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피해는 이용자가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아직 메타버스의 한계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인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사회적 연결 수단으로까지 그 기능을 확장하게 되었고, 가상의 공간에서나마 연대감을 쌓고 소속감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PwC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2019년 455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4764억으로, 2030년에는 1조542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온라인 행사에서 새로운 사명과 로고를 공개하는 모습(출처: 조선비즈) ▲ 가상세계 플랫폼, 메타버스(출처: 제페토) 메타버스, 어디서 만나볼 수 있을까 2018년 창업 이후, 올해 가입자가 2억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가상세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제페토’ 역시 메타버스 프로그램이다. 제페토에서 아바타는 나를 대신하며, 본인 사진을 토대로 아바타를 만들어 친구들과 소통하고 각종 소비,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제페토는 디즈니, 라인프렌즈, 유니버설픽처스, 산리오 등의 글로벌 캐릭터 지식재산권과 제휴를 맺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BGF리테일리를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 'CU제페토 한강공원점'을 가상세계에 입점했을 만큼 제페토는 현재 많은 기업에서 시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국내 기업 네이버도 ‘로블록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제페토’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자회사 ‘라인’을 통해 NFT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한, 카카오와 넷마블 역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넷마블의 개발자회사인 넷마블에프앤씨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며 글로벌 버츄얼 아이돌 사업 같은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에 함께 나서기로 하였다.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IT 기업은 이미 전부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메타버스 열풍이 비단 IT 업계에만 이는 것은 아니다. 최근 롯데 백화점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하반기 채용 설명회’를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채용 설명회로 진행하여 채용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대학가에서는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사업 메타버스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학생들의 창의성을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술을 활용해 구현할 수 있도록 활발한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 대학 역시 지능형로봇 분야 혁신공유대학사업을 통해 텔레프레즌스/ 메타버스 강의실 구축을 통한 공유대학 간 연계수업 운영 등을 계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 신입생 환영회와 축제, 졸업식, 취업 박람회, 신입사원 교육, 대회 시상식 등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 역시 메타버스의 영역으로 융합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기관들이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선보이며 더욱 현실에 가까워진 메타버스를 실감하게 했다. 차세대를 선도하는 메타버스 메타가 기존 SNS 소셜 미디어 기업의 이미지보다는 메타버스 기업 이미지로 각인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보이며 사명을 전환하고 공식화한 만큼 앞으로 메타뿐만 아니라 다양한 IT기업이 VR·AR 기업들에 대한 투자 및 인수 행보 또한 더욱 활발히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현재 빠르게 변화하며 가속화되는 디지털 부문에서 메타버스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차세대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창작자의 상상력을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과 창작자가 설정한 가상 세계를 혼동할 정도로 소비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것이 메타버스의 핵심 기능이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소비자가 얼마나 해당 가상 세계에 몰입하고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지가 관건 요소로 꼽힌다. 이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하부 IT 인프라의 성능과 규제가 막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것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거대 IT 기업들이 독점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제작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기업들은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연결, 창조, 확장, 체험과 새로운 가능성을 주도할 수 있다는 메타버스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앞으로 기업들이 제작한 메타버스를 통해 기존에 없던 다양한 세계가 탄생될 것이고, 메타버스 간의 연동으로 더욱 크고 확장된 우주속의 우주, 우주들의 우주가 제작될 것이다. 이처럼 오픈 메타버스를 일상에 표준화하기 위한 노력이 예측된다. 그러므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서비스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현실 세계에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들과 융합되어 이를 통해 소비자의 더욱 풍부한 경험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정소영 기자, 이규원 기자
제 698 호 오징어 게임, 현대사회의 구조적 이면을 그리다
▲ 오징어 게임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빈부격차,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문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대기업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된 이후 빈번히 사업에 실패하며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주인공 기훈은 우연히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총 456명이 참여하는 오징어 게임에서는 참가자 한 명이 탈락할 때마다 우승상금이 1억씩 증액된다. 문제는 참가자의 탈락이 곧바로 죽음으로 직결된다는 것인데, 기훈과 상황이 다르지 않은 참가자들은 우승상금을 위해 그 사실을 외면하고 게임을 지속한다. 돈이 사람의 목숨을 이겨버린 것이다. 이처럼 영화 오징어 게임은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를 조명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낙오된 참가자들이 머무는 공간을 마치 상품 진열대처럼 조성한다. 반면 ‘부’를 특권으로 한 VIP들은 이질적인 공간에서 게임을 관전한다. 참가자 456명은 줄다리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처럼 아이들이나 하는 게임을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순간의 기지를 발휘하지 못하면 바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곧바로 도태되는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체제와 다르지 않다. 이런 빈부격차, 계급론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세계 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미국 상위 1%가 미국 전체 부의 34.9%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는 전체 부 점유율이 1.5%에 불과하다. 또한 코로나 19 펜데믹이 세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어떻게 대중에 소구되었나? 오징어 게임 흥행 성공의 원인이 ‘기생충’ 흥행 성공의 원인과 맥을 함께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기생충 역시 한국사회의 빈부격차를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는 영화다. 주인공 기택의 가족은 모두 반지하에 사는 백수로 가난을 상징하고, 이들이 철저한 계획 아래 접근하는 박 사장의 가족들은 부를 상징한다. 기택의 가족은 끊임없이 하류층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무산이 되는데, 이는 계층이동이 쉽지 않은 현실을 메타포하고 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 개인의 행동으로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삶도 팍팍하고 힘든 와중에 눈에 보이지도 않을 변화를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혹은 적극적으로 해결을 위해 봉사나 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사회 현실이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며 좌절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사회를 바꿀 힘이 없는 ‘개인’은 사회의 부조리를 목격하고도 마음이 불편할 뿐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영화마저 가혹한 삶의 현실을 보여주고 사회를 비판한다면, 사람들은 그 영화를 외면할 것이다. 그러나 그 영화가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와 한 발짝 떨어진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관조적인 태도로 사회현실을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헝거게임’ 역시 빈부격차와 사회 구조적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영화의 배경이 판타지 사회였으므로, 사람들은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 목격자로서 비판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역시 외국 사람들에게는 낯선 ‘한국’의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영화를 보며 목격자로서 사회 문제를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 두 영화의 흥행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의 흥행 원인을 사회구조적 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의 심리에서만 찾기에는 영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장치가 매우 탄탄하다. 우선 오징어 게임은 기존의 다른 사회 고발 미디어 콘텐츠와 달리 ‘동화적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영화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라는 무거운 주제와 대조되는 알록달록한 공간, 어린 아이들이나 할 법한 유치한 게임 등 이질적인 요소가 많이 사용되었다. 외국에서 오락성을 띤 영화는 대개 상업적 장르로서 무거운 사회 현실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과는 대비된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영화는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만 한 명작’이라는 외국의 인식을 고려한다면, 오징어 게임은 가히 혁신적이다. 외신에서 오징어 게임은 상업성과 오락성을 갖춘 장르물인 동시에 탄탄한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에 휴머니즘과 감동적인 스토리가 어우러진 것도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참신하게 느껴지는 요소이다. 신파로 통용되는 전개를 한국에서는 이미 진부하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에서는 신선하고 창의적이라는 반응이다. 독보적인 음악 구성 또한 영화 전체의 기이한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사회 부조리 고발에 기여한다. 돈이 목숨보다 절박한 참가자들의 게임 장면에는 왈츠가 자주 등장한다. 보통 왈츠는 평화로운 세상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매혹되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세계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곳으로 왈츠와는 괴리가 있다. 이러한 괴리감은 모순적이게도 장면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며, 시청자의 흥미를 자아낸다. 특히 게임 참가자들이 식사 시간에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 가면을 쓴 상류층이 참가자의 목숨에 베팅하는 장면에서 사용된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은 현실의 부조리함을 일깨워주는 데 기여한다. 오징어 게임의 막을 여는 곡이자 영화를 대표하는 ‘Way back then’은 강렬한 리코더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학창 시절에 배웠을 리코더는 그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지만, 과거의 기억은 퇴색된 채 서로를 짓밟고 살아남고자 애쓰는 참가자들의 처절함은 괴리감을 자아내고 오히려 리코더 소리는 기이하게 들린다. 오징어 게임의 미술성 역시 극찬을 받고 있다. 독창적인 세트와 컬러풀하고 풍부한 오브제를 갖춘 세트는 세계의 호평을 받았다. 계단과 사다리로 구성된 참가자들의 숙소, 게임장으로 이동할 때 거치는 미로, 복도의 복잡한 계단 등은 살기 위해서는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경쟁 사회를 상징하고 있다. 또한 다양하고 산뜻한 색감의 게임장과는 달리 바깥의 현실은 일상을 반영하듯 무채색으로 표현해 대비를 이룬 점은 작품의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컴퓨터그래픽을 최소화한 대규모 게임 세트장을 통해 현실감과 위압감을 전달해준다. 이외에도 영화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단순한 놀이를 넘어 다양한 밈이 되었다는 점 역시 흥행의 원인이다. 오늘날의 밈은 주로 인터넷과 SNS 사이에 유행하는 짧은 인기 콘텐츠에 활용되며 문화적 모방력, 파급력, 전파력이 강하다. 어떻게 보면 오징어 게임이 단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바로 ‘밈’인 것이다. 오징어 게임,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이처럼 오징어 게임의 제작 의도는 ‘자본주의 사회 고발’이지만,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오징어 게임은 동화적 요소를 통해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점을 두었지만, 사실 극의 전개나 등장인물의 성격은 여전히 진부하다. 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통 받는 계층의 모습을 그리고 있음에도 기득권의 시선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극 중 ‘한미녀’라는 인물은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성’을 무기로 삼는다. 자신의 판단 하에 가장 강하다고 생각되는 남성을 화장실로 데려가 관계를 갖고 자신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말하기도 하고, 짝을 지어야 하는 게임에서 혼자 남게 되자 근처에 있던 여성에게 ‘언니 나 여자랑도 잘해.’라며 성을 매개로 자신과 팀을 이루기를 종용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여성혐오 논란이 일자 일각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인간의 다양한 본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충분히 저런 인물이 있을 수 있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국가의 보호가 없어 생존의 위기에 처한 여성이 자의적으로 성을 무기로 삼는 것이 과연 일반적인가 하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난민 여성의 생계형 성매매는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문제이다. 난민 캠프에는 군인과 경찰이 배치되어 있으나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그들의 임무는 주로 캠프 외곽 경비로 제한되어 있어 캠프 내 치안문제가 심각하다. 살인, 폭행, 마약 등의 문제가 만연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피해자는 어린 여성이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생계를 이유로 지참금을 받고 어린 여성들이 조혼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들 대부분이 위장결혼이다. 어리고 예쁜 여성들을 골라 결혼한 이후 한두 달의 성생활을 즐기다 홀로 떠나버리는 것인데, 버려진 여성들은 수치심과 조롱으로 고통 받는다. 결국 결혼을 빙자한 성매매와 다름없는 것이다. 또한 난민 캠프로 통하는 모든 구호물품과 기부금을 자선단체가 독점하여 관리할 경우,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 십상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구호물품을 두고 여성에게 ‘성상납’을 종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벼랑 끝에 내몰렸을 때 여성이 성을 수단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은 명백한 사회구조적 문제이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은 이 부분을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에게 여성 혐오의 의도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사회문제의 실상을 면밀히 살피지 못했음은 분명하다. 전망의 부재 역시 아쉽다. 사회에서 도태된 낙오자들의 처절한 생존경쟁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고발하고 있지만, 고발에 그칠 뿐 이렇다 할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자본주의 사회가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에게 그 이면을 고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볼 계기를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는 여러 요소와 계층의 문제가 중첩되어 명확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외면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빈부격차는 사회구조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인식에마저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사회를 바꾸기 위한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다면 영화 역시 사회현실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함께 도모해야 할 미래와 이상’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의 변화를 촉구할 수 있지 않을까? 윤소영, 지수아, 윤정원 기자
제 698 호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빼빼로 데이가 아닌 농업인의 날 매년 11월 11일이 되면 거리는 서로 빼빼로를 주고받는 연인과 친구들로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빼빼로 데이는 각종 제조 및 유통업계의 마케팅 활동으로 소비자들 사이에 확신된 기념일 문화다. 이날은 법정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으며, 심지어는 농업인의 날이 빼빼로 데이에 묻혀 상업적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농업인의 날 포스터 (제공: 농림수산부) 농업인의 날 의미와 유래 ‘농업인의 날’은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농사를 중시하는 전통이 발달했다. 기록에 따르면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왕들은 농사를 권장하는 권농 의식을 치러왔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6월 14일이 권농일로 제정되었다. 해방 후 일본이 정한 ‘권농일’을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는데, 권농은 우리나라 전통이라는 것이 인정되었고 명칭을 ‘권농일’에서 ‘농민의 날’로 변경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명칭과 날짜가 바뀌다가 1996년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농어업인의 날‘이 지정됐다. 1997년에 다시 한번 ’농업인의 날‘로 명칭을 변경했다. ‘농민은 흙을 벗 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전통적 농업 철학과 관련하여 ‘흙토’(土) 자를 ‘십’(十)과 ‘일’(一)로 나누어 십일이 되는 점에서 1년 중 11이 두 번 겹치는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하였다. 대한민국의 농업 모습과 전망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지방의 도시화로 인해 경지 면적이 타국에 비해 적은 상태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016~2018년 기준 22.5%로 세계에서도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4차 산업 기술과 농업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농업’ 기술 개발에 힘을 쓰고 있으며 농업진흥청 또한 농업기술박람회를 개최하여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 연구 진척 상황을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 농업 기술을 바탕으로 케냐와 몽골 등 농업 기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을 위해 기술을 전파하기도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적은 인력으로 생산성과 편리성은 높이고 환경성을 개선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디지털 농업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농업을 이끌어갈 젊은 층이 농촌 생활을 기피하고 있는 점은 뼈아프다. 농촌이 있는 지방의 경우 심각한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태웅이네’, ‘동갑내기 영농일기’ 같은 10·20대 농업 유튜버들의 영상이 젊은 층에서 화제가 되면서 귀농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2020년에 발표한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의 41.4%가 향후 귀농·귀촌을 희망한다고 답변하여 전년도에 비해 귀농·귀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에서도 국민의 인식을 변환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농수산대학교는 등록금, 기숙사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이 면제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20년 5월 1일부터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해 일정 자격을 갖춘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는 ‘공익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농민들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수입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하락, 오락가락하는 날씨 문제로 매해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직불제’ 정책은 면적에 비례해 직불금이 지급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농가 대부분이 1ha(10,000㎡) 미만의 소농이라 면적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면 1년에 30~40만 원밖에 지원받지 못해 생계유지에는 부족하다. 또, 디지털 농업 기술을 통한 스마트 농장들이 과잉 생산을 유도해 추가적인 농산물 가격 폭락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럽과 다른 우리나라 농촌의 특성을 인지하고 생산성⦁경제성과 더불어 농민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농업의 발전을 위해선 관심이 필요 인류의 문명은 농업과 함께 시작되었다. 농업은 정착 생활의 기반이기 때문에 농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과학 발전과 도시화도 불가능했을 것이고 아직도 사냥과 채집을 통해 식량을 공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농업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식량 공급과 농산물의 가격 안정은 우리의 식생활과 시장의 안정화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농업⦁농촌에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어 국내 농산물 생산력이 감소하게 되면,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시장의 큰 혼란을 초래하고 우리나라의 수입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전국적으로 개발과 도시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적은 경지를 가지고 최대한의 식량을 공급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사람의 관심 속에서 이루어진다. 농업에 대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김효정, 신범상 기자
제 697 호 [문화] 우리는 미디어를 이용하는가, 미디어에 이용되는가?
MZ세대의 지상파 이탈 지난 8월 30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상파 TV 방송 시청 고객 생존 분석’ 보고서를 통해 시청자가 젊은 세대일수록 지상파 방송을 이탈하는 비율이 높다고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2000년대에 태어난 시청자의 방송 이탈 비중이 15.6%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1990년대 출생(12.6%), 1970년대 출생(2.7%), 1980년대 출생(2.6%) 등이 그 뒤를 이었고, 1940년대 출생이 지상파 방송에서 이탈한 비율은 0.1%로 나왔다.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가 지상파를 이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탈의 원인, ‘롤러코스터 라이프’ 그 답은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코리아 2021』은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롤러코스터 라이프’라 명했다. 줄이 긴 롤러코스터를 다른 놀이기구보다 재미있다고 여겨 타고 싶어지듯,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유행하는 행위에 자발적으로 합류하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유행이 끝나면 미련 없이 다음 유행으로 서둘러 넘어가버리는 모습 또한 MZ세대의 특징이다. 즉 MZ세대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다닌다는 뜻이다. MZ세대의 미디어 콘텐츠 소비 행태는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줄 서기’ 단계이다.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일에 누구보다 빠르게 합류하고 동참한다. 챌린지나 밈이 유행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밈이란 ‘한 사람이나 집단에게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될 때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의미하며 최근에는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사진, GIF, 유행어 등 인터넷에서 문화요소로 유행하는 모든 것을 말할 때 사용되는 단어이다. 이렇게 유행에 동참하게 된 MZ세대는 ‘타기’ 단계에 진입한다. 줄 서기 단계에서 MZ세대가 유행시킨 챌린지나 밈은 붐을 일으키고, MZ세대를 주요 소비층으로 두고 있는 기업이나 방송사 또한 이들의 유행에 발 빠르게 참여한다. 결국 MZ세대 내의 유행이 대한민국을 아우르는 하나의 트렌드로 확장된다. 이 트렌드는 새로운 문화와 만나며 또 다른 트렌드를 생산해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MZ세대는 ‘내리기’ 단계에 이르러 미련 없이 트렌드를 떠나간다. 마치 3분이면 끝나버리는 롤러코스터처럼, 그들의 유행은 짧고 굵다. MZ세대는 다시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유행을 찾아 떠나가 버린다. 제약 많은 지상파 떠나 다양한 플랫폼으로 즉 MZ세대가 지상파를 떠나는 이유가 바로 ‘새로운 재미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실시한 ‘TV 시청 행태 관련 인식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 중 62.2%가 지상파보다 케이블·종편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다고 답했다. 또한 지상파보다 케이블·종편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문항에 66.5%가 동의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에 “시청자에게 익숙한 작법에 의해 그려지는 이야기로 시청률을 눈에 띄게 늘리기는 힘들다”며 지상파 프로그램의 낮은 콘텐츠 파워를 지적했다. 케이블·종편뿐만 아니라 OTT와 모바일 플랫폼 또한 새로운 콘텐츠로 MZ세대를 유입시키고 있다. OTT와 모바일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방송에 대한 규제가 적다는 것’이다. 지상파는 물론이고 케이블·종편에게도 방송심의에 따른 미디어 규제가 행해지지만, OTT와 모바일 플랫폼은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시간과 분량에 제약이 없다는 점 또한 OTT와 케이블·종편의 장점이다.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실시간으로 멈추거나 돌려보는 것이 가능하다. 콘텐츠 별 1시간~1시간 30분 정도로 분량이 고정돼 있는 TV 방송과 달리 모바일 플랫폼은 짧은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 짧고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이제 1시간은 너무 길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의 재미를 제공하는 짧은 콘텐츠, 이른바 숏폼이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숏폼의 제공이 가능한 모바일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양한 소재와 분량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제작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김태호 PD는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세상에 나쁜 콘텐츠 아이디어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며 MBC를 떠나 독자노선으로 내년부터 OTT와 협업을 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김태호 PD의 퇴사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 방송이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있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김태호 PD뿐만이 아니라 지상파 3사의 간판 PD들을 포함한 최소 6명의 PD들이 올해 방송사를 나와 OTT로 이적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이렇듯 지상파의 부진과 함께 케이블·종편, OTT, 모바일 플랫폼이 부상하다보니, 지상파 방송사가 거꾸로 하청을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도 발생했다. MBC에서 제작한 ‘먹보와 털보’라는 예능 프로그램은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외주를 받아 MBC가 제작한 것으로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 이는 강력했던 지상파의 힘이 약해지면서 플랫폼의 권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과 소비, 미디어의 악순환 최근 미디어 업계의 이러한 흐름을 그저 지상파 방송국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어렵다. 재미를 추구하는 시청자들의 행보는 결국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의 제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누군가의 사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방범죄의 위험도 언제나 미디어의 영향력과 떼놓을 수 없는 문제이다. 지난해 종편·케이블과 OTT 플랫폼에서 유행했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JTBC의 ‘부부의 세계’는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데이트 폭력을 비롯한 범죄를 가해자의 시선에서 자세히 묘사했으며, 빠른 전개 과정에서 비논리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송출했음에도 불구하고 28.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TOP 10 콘텐츠’ 3위를 기록한 ‘인간수업’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수업은 청소년 성범죄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미성년자와 성인 간 성매매 과정 및 성매매 알선 과정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으며, 욕설을 자주 사용하거나 대형 전투 등 폭력성이 높은 장면을 담았다. 사회적인 문제를 비판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하기에는 두 작품 모두 지나치게 자극적인 장면들을 문제의식 없이 보여주고 있다. 불륜이나 청소년 성범죄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해당 작품을 통한 모방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간과한 것이다. 실제로 부부의 세계는 다양한 커뮤니티와 방송에서 밈으로 소비되며 불륜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렇듯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대중은, 점점 더 크고 강렬한 자극을 찾게 된다. 이를 팝콘 브레인 현상이라 하는데,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첨단 디지털기기에 몰두하게 되면서 현실에는 무감각·무기력해지고 둔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기기와 미디어를 접한 MZ세대에서는 그 양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정덕현 대중평론가 또한 “빠른 전개에서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비논리적인 부분만 반복적으로 시청함으로써 그것에 길들여지고 중독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재미를 찾는 소비자를 유도하기 위해 강렬한 자극을 생산하는 미디어 업계,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져 어느덧 새로운 자극만을 소비하는 대중. 이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대중은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잃고 말 것이다. 우리는 과연 미디어를 소비하는 주체가 될 것인가? 혹은 자신이 원하는 것도 모른 채 미디어에 사육될 것인가? 미디어,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우리는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그 답은 좋은 프로그램의 생산과 소비의 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는 웰메이드 콘텐츠로 굳건히 자리 잡은 케이블 방송사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가 바로 그 가능성의 사례이다. 유퀴즈는 매주 인간적인 주제를 선정하여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극적인 소재 없이 우리네 삶의 모습을 돌아보는 콘텐츠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유퀴즈는 시청률로 증명했다. 느리지만 차근차근 입소문을 탄 유퀴즈는 어느덧 전 연령 동 시간대 시청률 1~2위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20대 시청률 역시 동 시간대 2위를 기록하며, MZ세대 또한 좋은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소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경쟁사 포함 138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조사한 프로그램 BPI에서도 ‘유퀴즈’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1위, 드라마와 시사교양까지 합친 전체 프로그램 BPI에서 2위로 랭크됐다. 좋은 프로그램은 지상파에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2019년 KBS2에서 최고 시청률 23.4%를 기록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드라마라고 칭할 만큼 웰메이드 드라마라 평가받는다. 탄탄한 서사는 물론이고 시골 동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동백꽃 필 무렵은 매주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2020년 흥행했던 SBS의 드라마 ‘스토브리그’ 또한 마찬가지다. SBS의 금토 드라마가 계속해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던 탓에 그 누구도 스토브리그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더구나 스토브리그가 데뷔작이었던 신인 작가의 대본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대는커녕 ‘망할지도 모른다.’는 혹평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180° 바뀌었다.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서툴지만 단단한 삶의 이야기 등 고전적이거나 자극적인 강수 없이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묵묵히 이어갔다. KBS는 지상파만의 강점을 발휘하는 웰메이드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는 방송국 태초부터 누적된 아카이브 자료를 재가공하여 영화적으로 전달한 11부작 다큐멘터리 콘텐츠로, 4%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모두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자극이라는 흥행요소를 과감히 제외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시청률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퀴즈, 동백꽃 필 무렵 등 좋은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은 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좋은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이상, 이제 미디어 업계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우리 MZ세대를 포함한 대중들 역시 ‘우리가 왜 미디어를 소비하는가?’, ‘미디어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고민해야 한다. 미디어에 길들여지지 않고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서, 이제는 자극에서 빠져나와 ‘좋은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릴 때이다. 윤소영 편집장, 이은영 기자, 이규원 수습기자
제 697 호 초심자를 위한 클래식 가이드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지난 3일 이탈리아 볼자노에서 폐막한 ‘제63회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부소니 콩쿠르에서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이처럼 뛰어난 클래식 음악가들이 빛을 발하지만, 국내의 클래식 팬덤이 상대적으로 소규모고 젊은 층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딱딱한 음악이라 생각하며, 관심이 조금 부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우승으로 열광적인 팬덤을 형성했고, 이제는 k-클래식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클래식의 진입장벽은 높다. 그러나 과연 클래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딱딱하기만 한 음악일까? 음악학부 관현악과 3학년 이채연 학우와 함께 클래식의 세계에 빠져보았다. 클래식 음악이란 무엇인가 클래식은 라틴어 ‘클라시쿠스(classicus)’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클라시쿠스’는 고대 로마에서 최상층 시민 계급을 뜻하는 말로 쓰였는데 이 말이 영어로는 ‘classic’, 이탈리아어로는 ‘classico’ 등으로 발전하면서 ‘일류, 고급, 명작’ 등의 뜻을 갖게 되었다. 현재 음악에서 클래식은 ‘서양의 순수 음악’이라는 뜻이 있으나 베토벤 등으로 대표되는 18, 19세기를 ‘고전 시대’라 일컫기에 종종 ‘고전’이라는 단어로 번역되곤 한다. 그러나 낡고 오래된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기에는 아쉬울 만큼 클래식은 16세기 유럽에서 더 나아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클래식 감상을 위한 정보 ‘클래식’ 하면 먼저 복잡한 곡의 제목이 눈에 띄는데 그 제목이 곡의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먼저 독주 악기 곡에서 소나타는 악장마다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로 나누어져 있는 3~4악장 정도 길이의 악곡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악장은 한 곡 안에서 다른 분위기, 성격을 가진 부분을 나눈 것이다. 각 부는 소설이 발단, 절정, 위기 등으로 나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에튀드는 혼자서 연주하는 사람을 위한 짧은 곡을 말한다. 오케스트라 악곡에서 심포니는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교향곡이고 콘체르토는 솔로 악기와 오케스트라의 경쟁 구도 혹은 협주를 뜻한다. 제목에서도 간단한 정보를 알 수 있지만, 추가적인 정보를 알고 싶다면 설명을 포함한 공연을 보거나 공연 전 프로그램 북을 참고한다면 공연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클래식 연주자, 악단 등이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하여 클래식 용어부터 작곡가, 연주자에 대한 정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여기까지 알았다면 이제는 클래식을 감상해볼 시간이다. 하지만 그 전에 지켜야할 주의사항이 있다. 공연을 볼 때, 소란을 피우지 않고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촬영을 하지 않는 것은 기본 준수 사항이다. 클래식의 경우, 악장과 악장 사이에 짧은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연주자가 다음 악장을 준비하는 시간인데, 혹시 착각하여 그 시간에 손뼉을 치거나 기침을 심하게 하는 등 흐름을 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수는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리고 연주자가 팔을 내릴 때 하는 것이 적절하다. 공연 끝에 박수를 이어가는 경우, 커튼콜로 협연자나 연주자가 앙코르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므로 마음껏 환성을 보내면 된다. 생활 속 클래식 공연 매년 열리는 공연은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 축제(3, 4월) 등 기업과 연계한 교향악 축제,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 (10, 11월)이 있지만, 이외에도 유명 연주자의 리사이틀, 각 오케스트라의 실내악 공연, 해외 유명 연주자의 내한 공연 등이 다양하게 한 해를 빛낸다. 최근에는 코로나 19 상황에 맞춰 유튜브로 연주회를 중계하거나 따로 편집된 공연 영상을 올리는 오케스트라가 늘어, 집안에서도 소위 ‘방구석 음악회’를 쉽게 즐길 수 있다. 또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학우의 경우, 설명을 추가한 공연이나 쉽게 알만한 곡들을 섞어 연주해주는 디토 앙상블, 노부스 콰르텟, 에스메 콰르텟과 같은 젊은 현악 4중주 팀의 공연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우리 학교도 11월 3일 즈음 매년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에서 혹은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음악학부의 연주회를 즐길 수 있으므로 가까운 곳에서도 클래식을 시작해볼 수 있다. “나에게는 좀 안 맞는 것 같아.”,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눈길을 돌려왔던 클래식. 그러나 클래식은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다양한 음악가들이 조금씩 음을 더하며 그 가치를 유지해온 음악이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시작된 이 음악을 전 세계에서 즐길 수 있고 광고 음악에서 영화 속 음악에서 등 다양한 곳에서 알게 모르게 클래식을 접하고 있기도 하다. 또 ‘아이다지오’와 ‘네프라임포닉’, ‘낙소스’ 등 다양한 사이트, 앱에서 음악 추천이나 설명 등을 추가해 클래식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던 클래식. 오늘은 그 거리를 조금 좁혀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김지현·김채연 기자, 정소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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